|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은 급식실로 뛰어갔다. 그날 의 점심은 메밀국수였다. 서툰 젓가락질로 메밀국수를 후루룩 후루룩 마시듯 비운 아이들은 남은 점심시간에 신나게 뛰어놀려고 급히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다. 술래잡기에 열중하다 한 학생이 친구의 목덜미에서 뭔 가를 발견했다. “너, 모기 물렸나봐? 많이.”
지적을 받은 친구가 자신의 목덜미를 손으로 더듬어본다. 정말 모기에 물린 것처럼 부어올라 있다. 그런데 모기에 물렸을 때처럼 봉긋하지 않고, 마치 소보로빵 처럼 편평한 자국이 여기저기 퍼져 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친구는 보건실로 향했다.
보건선생님은 증세를 보자마자 식중독이나 알레르기를 의심했다. 하지만 배가 멀쩡한 걸 보니 식중독은 아닌 듯했다. “혹시 알레르기가 있니?” “네?”
아이는 선생님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했다. 단어 자체가 낯설기 때문이었다. 입학 당시에 알레르기 보유 여부를 묻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긴 했지만, 학생이 몇 해 전의 서류까지 기억해내길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선생님은 걱정스러웠지만 학생은 쾌활하기만 했다. 별로 간지럽지도 않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에 일단 보건침대에 누워서 좀 쉬도록 한 후 선생님은 학생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려 했다. 잠시 후 아이의 숨소리가 바뀌기 시작했다. 가쁘고 커다란 소리가 났고, 아이는 숨쉬기 힘들다며 갑갑해 했다. 뒷덜미에서 시작된 두드러기가 몸통 앞쪽까지 번져나가고, 아이의 얼굴도 빠르게 부어올랐다. 선생님은 산소를 투여하고, 119에 연락했다. 잠시 후, 학생과 선생님은 앰뷸런스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갔다. 학부모도 곧 도착했다. 두드러기는 아이의 무릎까지 퍼진 상태였다. 병원에서 학생의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항원)을 물었지만, 학부모도 자신들의 아이에게 메밀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까지 가족 들이 메밀국수를 먹으러 간 적이 없었고, 그날 학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메밀을 섭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간단한 진단 과정을 거쳐 빠른 처방으로 아이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